뮤지엄그라운드는 설립자인 전광영 작가의 초기 회화부터 현재의 저부조 작품까지 작가의 60년 전작을 총 7개의 장으로 구분하여 《전광영》展을 선보인다.
그 첫번째 전시인 Chapter1은 1973년도에서 1995년도 까지 초기 회화 작업에서 집합 연작으로 이어지는 작가 특유의 화법 변천사와 연계성을 뚜렷하게 인식할 수 있는 전시로, 미국 필라델피아 유학 시절의 70년대 추상표현의 회화 작품부터, 귀국 후 유학시절의 작품을 발전 시킨 80년대의 ‘빛’ 시리즈 작품들, 그리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화법을 확립한 90년대 초기 ‘집합(Aggregation)’ 연작의 다양한 실험과 접근을 재조명한다.
‘빛’ 연작에서, 화면 속에 서로 중첩되고 맞물리면서 미묘한 색채로 드러나는 색띠들의 효과는 알타프리마(Altaplima) 기법이라는 특수한 작업과정에서 나타난다. 아연화를 바르지 않은 순수한 천에 마스킹 테이프나 작고 길쭉한 띠 모양의 종이들을 흩뿌린 다음, 날염안료나 화공약품을 혼합한 유화물감을 드리핑 한 후 종이들을 떼어내는 방법을 1회 이상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중첩된 빛의 영롱함이 표면으로 드러나며 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이 작품의 핵심이다. 작업과정은 극도로 투쟁적이나 완성된 작품들은 고향의 사계절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서정시와 닮아 있다.
『 “1990년대 초 어느 늦봄, 오후인데도 불구하고 따스한 햇살이 방안 가득했다. 감기 몸살로 며칠째 고생하고 있던 나는 거실에 힘 없이 앉아 사랑하는 아내가 탁자 위에 물 한 잔과 함께 놓고 간 약봉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얇은 약봉지 속으로 몇 알의 진통제와 소염제가 만져졌다. 그러자 갑자기 오래된 영상이 가슴속에 환하게 번져왔다. 어릴적 어머니는 병약했던 내가 아플 때마다 들쳐 업고 한의원을 찾곤했다. 탕약 냄새가 진동하고 보란 듯이 각종 침들이 진열되어 있던 그곳은 결코 내가 좋아하던 곳은 아니었다. 한의사가 진맥을 보는 동안 나는 어머니의 손에 꼼짝없이 잡혀서 천장에 시선이 고정된 채, 한의사가 지긋이 눈을감고 내뱉던 알 수 없는 혼잣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한의원의 천장에는 한지에 싸인 약봉지가 가득히 달려있었고, 각 봉지마다 정성스럽게 한자로 약재명이 적혀 있었다. 갑자기 떠오른 그 옛날 한약방 약봉지의 이미지는 한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한국적인 고유의 정서로 세계와 소통하고 싶던 나에게 하약방의 천장에 달린 약봉지 이미지는 ‘무언가에 얻어맞은 듯한 강렬했던 그날’ 오후부터 나의 작품 세계에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게 된다.” 』
: 전광영
뮤지엄그라운드는 설립자인 전광영 작가의 초기 회화부터 현재의 저부조 작품까지 작가의 60년 전작을 총 7개의 장으로 구분하여 《전광영》展을 선보인다.
그 첫번째 전시인 Chapter1은 1973년도에서 1995년도 까지 초기 회화 작업에서 집합 연작으로 이어지는 작가 특유의 화법 변천사와 연계성을 뚜렷하게 인식할 수 있는 전시로, 미국 필라델피아 유학 시절의 70년대 추상표현의 회화 작품부터, 귀국 후 유학시절의 작품을 발전 시킨 80년대의 ‘빛’ 시리즈 작품들, 그리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화법을 확립한 90년대 초기 ‘집합(Aggregation)’ 연작의 다양한 실험과 접근을 재조명한다.

‘빛’ 연작에서, 화면 속에 서로 중첩되고 맞물리면서 미묘한 색채로 드러나는 색띠들의 효과는 알타프리마(Altaplima) 기법이라는 특수한 작업과정에서 나타난다. 아연화를 바르지 않은 순수한 천에 마스킹 테이프나 작고 길쭉한 띠 모양의 종이들을 흩뿌린 다음, 날염안료나 화공약품을 혼합한 유화물감을 드리핑 한 후 종이들을 떼어내는 방법을 1회 이상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중첩된 빛의 영롱함이 표면으로 드러나며 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이 작품의 핵심이다. 작업과정은 극도로 투쟁적이나 완성된 작품들은 고향의 사계절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서정시와 닮아 있다.
『 “1990년대 초 어느 늦봄, 오후인데도 불구하고 따스한 햇살이 방안 가득했다. 감기 몸살로 며칠째 고생하고 있던 나는 거실에 힘 없이 앉아 사랑하는 아내가 탁자 위에 물 한 잔과 함께 놓고 간 약봉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얇은 약봉지 속으로 몇 알의 진통제와 소염제가 만져졌다. 그러자 갑자기 오래된 영상이 가슴속에 환하게 번져왔다. 어릴적 어머니는 병약했던 내가 아플 때마다 들쳐 업고 한의원을 찾곤했다. 탕약 냄새가 진동하고 보란 듯이 각종 침들이 진열되어 있던 그곳은 결코 내가 좋아하던 곳은 아니었다. 한의사가 진맥을 보는 동안 나는 어머니의 손에 꼼짝없이 잡혀서 천장에 시선이 고정된 채, 한의사가 지긋이 눈을감고 내뱉던 알 수 없는 혼잣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한의원의 천장에는 한지에 싸인 약봉지가 가득히 달려있었고, 각 봉지마다 정성스럽게 한자로 약재명이 적혀 있었다. 갑자기 떠오른 그 옛날 한약방 약봉지의 이미지는 한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한국적인 고유의 정서로 세계와 소통하고 싶던 나에게 하약방의 천장에 달린 약봉지 이미지는 ‘무언가에 얻어맞은 듯한 강렬했던 그날’ 오후부터 나의 작품 세계에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게 된다.” 』
- 작가 노트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