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7 - 2021. 2. 7

회 색 시 대

역사는 우리에게 속하지 않지만, 우리는 역사에 속한다.

_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 (<철학의 책> 중)    

​ 역사철학자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는 현재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방법으로 '역사와 대화하기'를 제언한다. 이는 지금을 진단하기 위해 역사를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기준과 편견을 발견할 수 있고, 이를 예술작품과 텍스트를 통한 대화로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시대는 얼핏 보면 '예측하지 못했던 팬데믹이 점령한 시대'로 점철된다. 하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미래의 가능성까지 내포한 시대로 지금을 간주한다면 계속해서 축적되고 있는 팬데믹 관련 데이터와 과거의 역사적 사건들, 예술가들이 가정하고 우려했던 가능성을 투합해 어느정도 '예측 가능한 시대'라고도 할 수 있다. 가다머가 말했듯이 '그렇다면 어떠한 예술 작품에서 역사적 대화하기를 실천해야 할까?'라는 질문이 <회색시대>展을 수상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회색. '재의 빛깔과 같이 흰빛을 띤 검정'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흰'과 '검정'이 동시에 들어있는 이 모호한 정의의 색은 그만큼 중의적인 색으로 대표된다. 정치적 의미로서 그레이존(Gray Zone)이 특정 영역에 속한다고 명하기에도 불분명한 중간지대를 뜻하는 것처럼 예술가들에게도 비슷한 기호(記號)의 색으로 쓰였다. 《무제(회색), 1968》로도 유명한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회색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색​'이라며 어떤 감정이나 연상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런 맥락에서 <회색시대>展에서 보일 Aggregation 시리즈는 전광영 작가만의 상징적인 회색 속에서 코로나 이후의 미래를 가늠할 때 가져야 할 재고의 방향성과 역사를 바로 볼 수 있는 태도의 출발점으로 우리를 환원한다. 작가는 작품의 캔버스와 한지 조각들이 '인간사와 세계사의 굴곡을 투영하는 창'이라고 보았다. 작품 속 한지 조각들은 개개의 방향을 가지지만 서로 이해하고 협의하며 어우러지는 현상을 보여준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중의적 의미의 회색을 입힘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더 많은 해석과 사유의 기회를 던진다. 즉, 관람객은 전광영 작가의 창을 통해 각 개인만의 관점에서 현재를 진단하고 코로나 시대의 미래를 제시해보는 대화의 창을 작가와 함께 건설하게 된다.

 세계 각국의 코로나 팬데믹은 기존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한 상황을 야기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현상을 접근해야 한다는 난제를 남겼다. 인류가 겪고 있는 현 팬데믹이 도리어 긍정적인 변화의 역사일지 분열이 다분한 흑(黑)에 가까운 시대로 기록될지 모를 일이다. 역설적으로 볼 때 인류는 회색 시대, 그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가다머가 조언했듯 역사가 함의된 예술작품과의 조우를 통해 '보통'으로 천착된 인식과 편견을 재고해본다. 미래를 상상하는 출발점으로도 간주할 수 있는 분기점인 회색 시대에서 우리는 무얼 사유할 수 있는지 이번 전시를 통해 질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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