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pace

2019. 8. 11 - 2020. 1. 12

그래피티는 작가적 개성을 드러내는 매체로 끊임없이 발전하며, 형식과 내용에 얽매이지 않는 매체로 인식되고 있다. 미술의 한 형식인 그래피티가 발산하는 운동감과 퍼포먼스적 에너지는 전시공간을 예술의 현장으로 바꾸어 놓았다. <My Space>전은 거리미술 · 한시적 점유 · 제도권 전시공간과 같은 논쟁적 관점이 아닌, 청년세대가 주도한 미술운동으로서 그래피티를 조명하고자 기획됐다. 주제와 내용이 다양해지고 개별적 취향과 정서가 공유되는 동시대 그래피티를 펼쳐내기 위해 열린 기획방식을 시도했다.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중반 작업을 시작한 4명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알타임 죠, 제바, 세미, 켄지 차이와 아이디어 공유 과정에서 "My Space"라는 주제를 선정했으며, 작가의 독자적 해석과 표현방식에 어떤 제한도 두지 않았다. 이러한 열린 형식의 기획은 그래피티에 대한 지난 40여 년의 담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국에서 그래피티가 60년대 중후반 등장하며 점진적 변화와 성숙의 기간이 있었다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의 그래피티는 90년대 중반 이후 힙합문화와 함께 소개되며 인터넷 · 미디어의 발달로 빠르게 파급되고 발전했다. 이 시기 그래피티를 접했던 4명의 참여작가는 미술관이라는 공간의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었다. 그래피티는 전시 공간의 벽면 전체를 채우는 뮤럴, 다양한 오브제, 캐릭터와 레터스타일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었다. 재현과 추상, 입체와 평면을 넘나드는 그래피티 작업은 작가의 자유로운 해석과 관람객의 상상력이 교차점을 만드는 담론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알타임 죠의 작업에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는 익숙한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의 주인공들이다. 이 작품 속 캐릭터들은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할 수도 있고, 그 시절을 기억하는 누군가에겐 지금을 공유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작가가 탄생시킨 "캐퍼스"는 모자로 커다란 눈을 반쯤 가리고 있다. 그 눈은 밖을 향하면서도, 내면을 들여다보며 다양한 인격체로의 변화를 시도하는 듯하다. 캐퍼스는 마이크, 스프레이 페인트나 롤러를 들고 장난기 있는 모습으로 포착되거나, 캐퍼스의 모자가 다른 캐릭터에 씌워져 새로운 존재로 재탄생되기도 한다.

알타임 죠의 페르소나이자 수많은 '나'를 대신하는 캐퍼스와 캐릭터들은 <My Space>를 채워나가는 역할극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또한 알타임 죠의 '공간'에 펼쳐진 캐릭터는 상상과 현실을 마음껏 해체하고 재결합시키며 이야기의 흐름을 만드는 역할을 해낸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이미지에 내재된 유쾌함이 각각의 캐릭터가 갖는 독자성으로 인해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뒤섞이는 공간을 만들어 갈 것이다.

제바는 <My Space>의 'Space'를 '우주'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시켰다. 이것은 일상을 둘러싼 세계, 즉 감각적 공간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작가의 발상이다. 추상과 반추상의 독창적 이미지는 경험해 볼 수 없는 상상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변화하고 비상한다.

작가가 오랫동안 탐구해온 인물시리즈의 얼굴은 행복과 분노,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었다. 작가 자신 · 이웃 · 위인 · 예술가의 사실적 얼굴이 각각의 내면의 정서와 마주하도록 유도했다면, 이번 작업에서 기하학적 추상 이미지는 상상력의 공간을 꿈꾸자고 제안한다.

자유로운 추상 형태의 그래피티는 인물 시리즈에서 보였던 예리하게 분열된 얼굴처럼, 각각의 존재를 무한히 확장시키는 새로운 공간적 시도이다.

세미는 그래피티 작업에서 자유로운 "플로우"를 만들어내고자 공간을 능동적으로 활용했다. 이 자유로운 흐름을 만들기 위해 작가는 먼저 자신을 움직였다. 작업실의 골판지, 종이박스, 아크릴, 스티로폼과 같은 버려진 물건을 그래피티의 매체로 사용했다. 오브제를 쌓아 만든 새로운 형태에 와일드한 레터 작업은 입체적 공간의 흐름을 만들었다.

작업 초기부터 작가는 다양한 동물 · 캐릭터 창조와 자신만의 레터스타일로 유쾌하고 밝은 이미지의 변주를 보여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캐릭터의 표면적 이미지보다 글자 자체의 물리적 변형에 초점을 두었다. 작가의 새로운 시도로 작업실이라는 자신의 공간에 버려졌던 물건들은 그래피티의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이는 충실한 재료의 역할을 할 것이다.

켄지 차이는 "떠돌이 강아지, 차이고"라는 작업주제로 공간에 이야기 구조를 만들었다. 작가가 창조한 가상의 캐릭터 "차이고"는 다양한 매체에 덧입혀져 끊임없이 재탄생한다.

길을 잃은 떠돌이 강아지, 차이고는 자신만의 공간이 없다. 작가에게 차이고는 어린시절의 자신과 작가로서 지금의 모습이 함께 투영된 캐릭터이다. 세상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었던 어린 시절의 좌절감에 대한 기억이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유기견의 모습에 반영되었다.

켄지 차이는 과거의 힘듦에 멈추지 않고, 차이고를 통해 세상과 직면한다. 현실의 고통에 대한 차이고의 강한 몸짓과 포효는 오늘을 사는 작가의 강한 의지를 상징한다.

뮤지엄그라운드​​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샘말로 122 (고기동 400-5)     T. 031-265-8200  /  F. 031-265-8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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